시리즈 「업무 자동화 툴 만들기」 · 2편 중 1번째
사회복지사 업무 자동화 도구 만들기 1편
결론부터 말하면, 설문이 없었다면 아무도 안 쓸 물건을 만들 뻔했습니다. 전 직원 15명 중 10명이 답했고 이용 의향은 평균 4.2점이었지만, 정작 제가 제일 자신 있던 회계·예산 기능의 신뢰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그래서 전 직원 일괄 적용을 시범 6명으로 줄이고, 회계는 시범 범위에서 빼는 쪽으로 계획을 다시 썼습니다.

AI로 생성한 그림입니다
혼자 쓰려고 만든 도구가 제법 쓸 만해지면, 다음 생각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이걸 우리 기관 전체가 쓰면 어떨까.
저는 그 지점에서 코드를 더 짜지 않고, 전 직원 설문부터 돌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게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를 다룹니다. 첫째 무엇을 물었는지, 둘째 그 답이 제 계획을 어떻게 바꿨는지, 셋째 혼자 쓸 때는 없다가 여럿이 쓰면 생기는 문제가 무엇인지입니다.
혼자 쓰던 도구, 직원 15명에게 넓히려 했습니다
저는 코드를 직접 짜지 못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대신 6개월 동안 제 업무에 AI 처리 방식을 붙여 써 왔습니다. 계획서와 결과보고서 초안, 실적 인원 기록, 예산 잔액 조회, 사업별 자료 정리 같은 것들입니다. 문서 한 건에 한 시간쯤 걸리던 일이 초안 기준 10~20분으로 줄었습니다.
6개월쯤 지나니 다음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이걸 저만 쓰는 게 맞나. 우리 기관 직원은 15명이고, 다들 같은 서식으로 같은 문서를 씁니다.
그래서 기관에 제안서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그 제안서의 첫 문장을 쓰다가 걸렸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이걸 필요로 한다”는 문장의 근거가 저한테 없었습니다.
만들기 전에 설문부터 돌렸습니다
제안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도입 필요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자 전 직원 사전 조사를 먼저 실시하였음.
솔직히 말하면 제 판단을 못 믿어서였습니다. 6개월 동안 제 업무에 맞춰 만든 도구입니다. 저한테 편한 것이 남한테도 편할 이유는 없습니다.
설문은 구글 폼으로 만들었습니다. 문항은 처음에 제 감으로 짰다가, 기관 업무분장표를 놓고 부서별 실제 업무 단위에 맞춰 다시 짰습니다. 제 업무 기준으로 물으면 제 업무에 대한 답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첫 화면에 세 가지를 먼저 적었습니다. 개인을 평가하는 자료로 쓰지 않는다는 것, 팀별로 묶어서만 본다는 것, 이름은 원하는 사람만 적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업무 방식을 묻는 조사는 답하는 사람이 자기 실력을 평가받는다고 느끼면 답이 정직해지지 않습니다.
- 기간: 나흘 (2026년 8월 7일 ~ 8월 10일)
- 대상: 전 직원 15명, 응답 10명
- 문항: 36개
물은 것은 다섯 갈래였습니다.
- 지금 AI를 업무에 쓰고 있는가
- 문서·회계·실적 같은 업무에 매달 몇 시간이 드는가
- 업무 영역별로 AI 초안을 어느 정도 믿을 수 있겠는가
- 도구가 있다면 실제로 쓸 것 같은 기능은 무엇인가
- 걱정되는 점은 무엇이고, 시범 운영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가
돌아온 답 중 몇 개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응답자 10명 전원이 이미 AI를 쓰고 있었고(자주 6명, 가끔 4명), 도구 이용 의향은 5점 만점에 평균 4.2점이었습니다. 문서 작성에 월 10시간 이상 쓴다는 사람이 5명이었습니다.
예상과 달랐던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설문이 설계를 세 군데 바꿨습니다
설문 전에 쓴 제안서와, 설문 결과를 반영해 다시 쓴 제안서는 세 군데가 다릅니다.
첫째, 적용 범위를 줄였습니다. 원래는 전 직원 15명에게 한 번에 열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범 운영 참여 의사를 물었더니 6명만 손을 들었고, 나머지 4명은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시범 6명으로 시작해 결과를 보고 15명으로 넓히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계정을 열어 두면 안 쓰는 도구가 하나 더 생길 뿐입니다.
둘째, 기능을 좁혔습니다. 원래 제안서에는 제가 만들어 둔 기능을 여덟 개 늘어놓았습니다. 설문에서 “있으면 실제로 쓸 것 같은 기능”을 복수 응답으로 물으니 다섯 개에 답이 몰렸습니다. 계획서·결과보고서 초안, 실적 인원 기록, 예산 잔액 조회, 자료·사진 정리, 문서 사전 검토였습니다. 나머지는 시범 범위에서 뺐습니다.
셋째, 제일 자신 있던 기능을 시범에서 뺐습니다. 이게 가장 뜻밖이었습니다. 업무 영역별로 AI 초안을 얼마나 믿겠느냐고 물었을 때, 점수가 가장 낮은 영역이 회계·예산(3.4점)이었습니다. 저한테는 장부 조회가 가장 잘 돌아가던 기능이라 당연히 환영받을 줄 알았습니다.
이유는 자유 응답에 적혀 있었습니다.
예산과 실적 부분은 1원이라도 틀어지면 안 되는 부분이라 AI 출력 값이 100%여야 믿고 사용이 가능할 것 같음. 정확성 100%가 아닐 시 담당자가 AI 출력 값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기존 업무를 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함.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제 도구가 왜 저한테만 쓸 만했는지 알았습니다. 저는 그 숫자가 어디서 온 값인지 알기 때문에 확인이 빠릅니다. 남이 쓰면 매번 원장을 다시 열어 봐야 합니다. 그러면 일이 줄지 않고 하나 늘어납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정했습니다. 숫자는 AI가 계산하지 않고 장부에 기록된 값을 그대로 집계해 보여주기만 한다는 것, 그리고 회계와 외부 보고 업무는 시범 단계에서 아예 제외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쓴 제안서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세 군데를 고쳐 다시 쓴 제안서입니다. 결재란은 두지 않았고, 상급자 구두 보고용 배포 자료로만 만들었습니다.

제안서를 한 장으로 만든 이유는 하나입니다. 읽는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만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회의에서 가장 오래 이야기한 칸은 04번 소요 예산과 07번 검토사항이었습니다.
여기서 직원이 실제로 마주할 화면도 정해졌습니다. 별도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지 않고, 기관에서 쓰는 채팅(디스코드 또는 슬랙)의 팀 채널에 평소 말로 한 줄을 적는 방식입니다. “재능기부활동 3회기 결과보고서 써줘” 처럼 적으면, 사무실 유휴 PC가 과거 문서를 근거로 초안을 올려 줍니다.
이 방식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직원이 AI 사용법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됩니다. 익혀야 하는 쪽은 담당자 한 사람입니다. 둘째, 지시와 결과가 팀 채널에 그대로 남습니다. 누가 무엇을 요청해 무엇을 받았는지가 별도 기록 절차 없이 쌓입니다.
이럴 땐 안 만드는 게 낫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우리도 해 볼까” 싶으시다면, 먼저 안 되는 조건부터 보셔야 합니다.
응답자 전원이 이미 상용 AI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 말은 비교 기준이 이미 높다는 뜻입니다. 저희가 쓰려는 것은 사무실 유휴 PC에서 돌리는 작은 무료 모델입니다. 사람들이 평소 쓰던 서비스만큼 매끄럽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설계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시범 운영에서 확인하고 안 되면 접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속도가 느립니다. 유휴 PC에는 그래픽 연산장치가 없습니다. 즉시 답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맡겨 두고 나중에 확인하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부르면 순서대로 처리되므로 대기도 생깁니다.
“0원”은 금전 지출이 0원이라는 뜻입니다. 모델도 무료, 장비도 기존 것, 이용료도 없습니다. 하지만 업무 절차를 만들고 과거 문서를 정리하는 데는 담당자 근무시간이 들어갑니다. 그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초기 입력 부담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초기 입력 값 등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사용하기 꺼려질 듯 함.
맞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직원이 자료를 등록하는 절차는 아예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담당자가 과거 문서를 미리 정리해 두고, 직원은 부르기만 하는 구조입니다. 대신 그 정리 부담이 전부 담당자 한 사람에게 갑니다.
혼자 쓸 때는 없던 문제들
기술적으로도 1인용과 15인용은 같은 물건이 아닙니다. 제 개인 도구를 그대로 복사해 쓰는 것이 불가능해서,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짰습니다.
| 항목 | 혼자 쓸 때 | 15명이 쓸 때 |
|---|---|---|
| 어디서 도는가 | 제 노트북. 제가 켜야 돌아감 | 기관 저장장치에서 24시간 가동 |
| 자료 보관 | 외부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 기관 내부 저장장치 |
| 권한 | 구분 없음 | 팀별 채널, 자기 팀 자료만 |
| 위험한 명령 | 막거나 허용, 둘 중 하나 | 허용·물어보기·차단 세 등급 |
| 동시 요청 | 생길 일 없음 | 줄을 세워 순서대로 처리 |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자료 보관 위치입니다. 제 개인 도구는 장부를 외부 클라우드에 두고 씁니다. 혼자 쓸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설문에서 개인정보 노출을 걱정한 응답이 5명이었습니다. 기관 자료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구조로 바꾸려면 저장 방식 자체를 갈아야 합니다.
구조는 두 대로 나눴습니다. 기관 저장장치가 봇 본체를 24시간 돌리면서 자료와 장부를 갖고 있고, 사무실 유휴 PC는 AI 모델만 올려 계산만 합니다. 자료는 유휴 PC에 두지 않습니다. 저장장치의 처리 능력이 모델을 돌리기엔 약하고, 유휴 PC는 늘 켜져 있으리라 보장할 수 없어서 나온 배치입니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더 뒀습니다. 유휴 PC가 꺼져 있어도 장부 기록과 조회는 계속 되고, 문서 초안만 “지금은 안 됩니다”라고 답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 대가 죽으면 전부 멈추는 구조는 사무실에서 못 씁니다.
드는 돈과 시간
돈은 이렇게 잡았습니다.
- AI 모델: 무료로 공개된 소형 모델을 씁니다. 상업적 이용까지 허용된 조건(아파치 2.0)인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 0원
- 구동 장비: 사무실 유휴 PC를 그대로 씁니다 — 0원
- 부품: 사양을 확인해 보니 증설이 필요 없었습니다 — 0원
- 연간 유지비: 전기료 외에 이용료나 구독료가 없습니다 — 0원
비교값으로, 상용 AI 서비스를 직원 15명에게 붙이면 연 500만 원 남짓(월 2만 8천 원 기준 연 약 504만 원)이 매년 나갑니다. 기관 예산 사정을 아는 분들은 이 항목이 왜 중요한지 아실 겁니다.
시간은 이렇습니다. 설문 문항을 짜서 배포하고, 나흘 받고, 집계해서 제안서를 다시 쓰기까지 닷새 걸렸습니다. 그 사이 제안서 자체는 하루 만에 여섯 번을 갈아엎었습니다. 자체 설치안으로 썼다가, 구독안으로 바꿨다가, 장비를 사는 안을 넣었다가, 다시 빼는 식이었습니다. 장비 사양을 확인할 때마다 결론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만드는 일정은 0단계 시험 가동에 2~3일, 이후 단계를 다 합쳐 6~7주로 잡았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0단계 결과에 따라 바뀝니다.
전체 흐름
다음 단계
지금은 0단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유휴 PC에 모델을 올려 응답이 실제로 몇 초 걸리는지 재고, 기관 저장장치와 유휴 PC 사이에 말이 오가는지만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서 속도가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으로 나오면 나머지 계획은 의미가 없으므로, 설계를 더 그리지 않고 먼저 재 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0단계 결과를 그대로 적겠습니다. 잘 되면 잘 된 대로, 안 되면 어디서 막혔는지 그대로 쓰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설문 안 하고 그냥 만들면 안 되나요?
만들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저는 설문을 하고 나서 제 계획의 세 군데를 고쳤고, 그중 하나는 제가 가장 자신 있던 기능을 시범에서 빼는 결정이었습니다. 설문 없이 만들었다면 그 기능을 앞세워 홍보했을 것이고, 아마 첫 주에 신뢰를 잃었을 겁니다. 문항을 짜고 집계하는 데 닷새 걸렸습니다. 몇 주를 헛되이 쓰는 것보다 쌉니다.
왜 유료 AI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나요?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직원 15명 기준으로 연 500만 원 남짓이 매년 나갑니다. 둘째, 이용자 정보와 사업 자료가 기관 밖으로 나가는 것을 걱정하는 응답이 설문에서 5명이었습니다. 무료 모델을 기관 안에서 돌리면 두 문제가 같이 해결됩니다. 대신 응답 품질과 속도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 교환이 견딜 만한지가 시범 운영에서 볼 것입니다.
코딩을 못 해도 이런 걸 만들 수 있나요?
저는 코드를 직접 짜지 않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어디까지 자동으로 하고 어디서 사람이 승인할지 정하고, 나온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는 일만 합니다. 다만 이 일에도 시간은 확실히 듭니다. 공짜로 되는 부분은 돈이지 시간이 아닙니다.
시리즈 「업무 자동화 툴 만들기」 전체 보기
- 사회복지사 업무 자동화 도구 만들기 1편
- 사회복지사 업무 자동화 도구 만들기 2편
무료 전자책
문서 업무 전체를 한 권으로 — 129쪽, 프롬프트 70개
프로포절·사업계획서·결과보고서를 AI로 쓰는 법. 가입 없이 바로 받습니다.
새 글과 새 무료 프로그램이 나오면 메일로 알려드려요.
메일로 소식 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