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쓴 보고서, 결재 문서에 '밝혀야' 하나
AI로 만든 문서에 그 사실을 표시할 법적 의무가 내부 결재·보고 문서에도 걸리는지, 조문 근거로 정리한 글입니다.
사업계획서 초안을 AI로 뽑아 결재를 올리려는데, 이 문서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어딘가에 적어야 하는지 애매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이 “AI로 만들었다는 표시”를 요구하는 대상은 문서를 쓰는 기관이 아니라 AI를 만들어 제공하는 사업자이고, 기관이 내부 업무에만 AI를 쓰는 경우는 시행령에 적용 예외까지 있어 대부분은 법적 의무가 아닙니다. 다만 법 의무와는 별개로, 문서의 신뢰와 검증을 위해 밝혀 두는 편이 나은 상황은 따로 있어 뒤에서 구분해 짚습니다.
표시 의무는 누구에게 걸리는가
AI 기본법 제31조제2항은 이렇게 정합니다.
인공지능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하여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하여야 한다.
조문의 주어는 “인공지능사업자”입니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사회복지사나 결재를 올리는 기관은 AI를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쪽이지, AI를 이용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아닙니다. 이용자에게 직접 표시 의무를 지우는 조문은 이 법에 없습니다. 다만 이 판단이 우리 기관과 문서에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조문(제2조제7호)과 소관 부처 확인이 필요합니다.
내부 업무용이면 시행령에 예외가 있다
설령 어떤 상황에서 표시 의무 대상에 걸린다고 보더라도, 시행령 제23조제4항은 적용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2. 인공지능사업자의 내부 업무 용도로만 사용되는 경우
기관 안에서만 도는 결재 문서·내부 보고서는 이 “내부 업무 용도”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우리 기관의 사용 방식이 이 예외에 정확히 들어맞는지는 시행령 원문과 사업 성격에 따라 다시 확인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AI로 만든 내부 문서는 무조건 표시해야 한다”는 결론은 조문상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도 밝히는 게 나은 경우가 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분명히 나눠야 합니다. 법이 시키는 것과 밝히는 게 나은 것은 다릅니다.
앞서 본 대로 내부 결재·보고 문서에 AI 사용 사실을 적을 법적 의무는 대부분 없습니다. 그런데도 밝혀 두는 편이 나은 상황은 따로 있습니다.
- 결재권자가 AI 초안 여부를 알아야 내용을 어느 수준까지 검증할지 판단할 수 있는 경우
- 통계·수치가 포함돼 있어, 나중에 그 수치의 출처를 확인해야 할 수 있는 경우
- 기관 자체 AI 사용 규정에 “AI로 작성한 문서는 표시한다”는 내부 방침이 이미 있는 경우 — 이 경우는 법 의무가 아니라 기관 규정을 따르는 것입니다
즉 “법 때문에 표시한다”가 아니라 “문서를 검증하고 신뢰를 지키기 위해 표시한다”는 실무 판단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기관 차원의 방침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기관 AI 사용 규정 만들기 를 참고해 이 부분을 규정에 넣어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판단표 — 어디로 가는 문서인가
| 문서 종류 | 법 의무 해당 여부 | 권장 대응 |
|---|---|---|
| 내부 기안·결재 문서 | 대부분 해당 아님(내부 업무 용도 예외) | 필요하면 결재권자 참고용으로만 메모 |
| 상급기관 제출 보고서 | 대부분 해당 아님(작성 기관은 사업자가 아님) | 제출 기관 요청 양식·지침이 있으면 그에 따름 |
| 대외 홍보물·이미지 | 표시 의무보다 저작권·초상권 확인이 우선 | 별도 기준 확인 필요 — 아래 링크 참고 |
| 대상자에게 직접 가는 안내문 | 조문상 이용자에게 걸리는 의무는 없음 | 내용 정확성을 사람이 재검토 |
이 표는 조문을 근거로 한 일반적인 경향이며, 개별 문서의 성격·배포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판단이 애매한 문서는 기관 규정이나 상급자 확인을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외 홍보물은 결이 다른 문제입니다
포스터·카드뉴스처럼 대외에 공개하는 홍보물은 여기서 다룬 “표시 의무”보다 저작권·초상권 문제가 먼저 걸립니다. AI로 만든 이미지를 홍보물에 쓸 때 확인해야 할 기준은 AI로 만든 이미지, 홍보물에 써도 될까 에서 따로 다룹니다.
과태료, 오해부터 바로잡기
“AI로 만든 걸 표시 안 하면 과태료를 낸다”는 이야기가 돌지만, 조문을 정확히 옮긴 서술이 아닙니다.
AI 기본법 제43조제1항의 과태료(3천만원 이하)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제31조제1항을 위반하여 고지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
- 제36조제1항을 위반하여 국내대리인을 지정하지 아니한 자
- 제40조제3항에 따른 중지명령이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여기 걸리는 건 제31조제1항, 즉 “AI 기반 제품·서비스라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는 의무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결과물 표시 의무는 제31조제2항이고, 이 조항은 위 과태료 대상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표시 의무와 사전고지 의무는 조문도, 과태료 연결 여부도 다르므로 섞어서 이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단계
문서에 AI를 어디까지, 어떻게 쓸지 기관 차원의 기준이 아직 없다면 기관 AI 사용 규정 만들기 로 이어가 보세요. 계획서·보고서를 AI로 작성하는 방법 자체는 사업계획서·결과보고서 작성법 에서 다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상급기관에서 “AI 사용 여부를 명시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면 어떻게 하나요?
그 경우는 법 의무와 별개로 상급기관의 요청 사항이므로 그대로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법에 근거한 의무가 없다는 것과, 제출받는 기관이 자체적으로 표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지침이 내려오면 지침을 우선합니다.
챗봇 답변을 그대로 복사해 넣은 것과, AI로 초안을 잡고 사람이 많이 고친 것도 같은 기준인가요?
법 조문 자체는 수정 정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이 내용을 확인하고 고친 정도가 클수록, 문서의 최종 책임이 작성자에게 있다는 점은 분명해집니다. 어느 쪽이든 결재·제출 전 사람이 내용을 검증하는 절차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관 내부 방침으로 “AI 사용 문서는 무조건 표시”를 정해도 되나요?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 정리한 건 “법이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 “표시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법 의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기관 자체 규정으로 두는 것은 기관의 선택이고, 문서 검증·신뢰 관리 차원에서는 오히려 권장할 만한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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